'혐오 범죄' 표적될라…공포 휩싸인 美 한인사회

입력 2021-03-18 17:04   수정 2021-09-30 10:57


“무섭고 불안하다.”

미국 애틀랜타 일대에서 백인 남성의 총격으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한인 사회가 충격과 불안에 휩싸였다. 아시아계를 노린 ‘모방 범죄’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17일(현지시간) 하루 종일 “미국에서 살아갈 일이 걱정이다” “아시아계 혐오 범죄가 늘고 있다”와 같은 불안 섞인 말이 쏟아졌다.

애틀랜타 경찰은 총격 사건 하루 만인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을 살해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범행 동기가 ‘성 중독’일 가능성을 시사해 논란을 일으켰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용의자가 인종적 동기가 아니라 성 중독 때문이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인 혐오 범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지만 그런 판단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고 했다. 성 중독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성 행위에 대한 충동과 강박관념을 느끼는 정신 질환이다.

사건을 수사하는 체로키카운티의 제이 베이커 보안관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어제는 그(용의자)에게 일진이 사나운 날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카고트리뷴은 칼럼을 통해 “베이커가 용의자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꼬집었다. 인종 혐오 범죄는 성 중독 같은 정신 질환에 비해 형량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용의자가 감형을 목적으로 ‘성 중독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식으로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경찰이 이를 곧이곧대로 언론에 공개한 건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다.

로스앤젤레스(LA) 한인회는 성명에서 “용의자는 약 한 시간에 걸쳐 아시아인이 운영하는 세 곳의 업소를 표적으로 총격을 가했다”며 “아시아계 대상 혐오 범죄가 명백하다”고 반발했다.

게다가 용의자는 범행 전 페이스북에 “중국이 코로나19를 은폐하려 한다” “미국인 50만 명을 (코로나19로) 죽인 것은 21세기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중국) 계획의 일부”라는 글을 올렸다. 애틀랜타 현지 한인 매체는 용의자가 범행 전 몇몇 마사지 업소에 전화해 ‘아시아인을 전부 죽이겠다’고 했다는 업소 직원의 증언을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 이번 참사의 사망자 8명 중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다.

뉴욕 경찰은 이날 트윗을 통해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뉴욕시에서 아시아계 커뮤니티 보호를 위해 (경찰의) 자산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아시아계 혐오 범죄가 확산할 가능성에 대비해 경계 태세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년간 아시아계를 노린 인종차별주의 공격과 위협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아시아계 인권단체 ‘아시아·태평양계 혐오를 멈춰라’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미국에 본격 퍼지기 시작한 지난해 3월 19일부터 지난달까지 아시아인 혐오 사건 신고 건수가 3795건에 달했다.

시카고트리뷴은 “전임 대통령과 극우 인사들이 외국인 혐오와 백인우월주의로 무장한 지지자들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며 아시아계 미국인을 악마화한 것에 비춰 보면 이(아시아인 혐오 범죄)는 미스터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버지니아주 맥클린에 사는 한 동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부르면서 중국인은 물론 아시아계가 타깃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구책으로 총기를 구매하겠다는 한인도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아시아계 미국인이 매우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아시아계 달래기’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용의자의 범행 동기에 대해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로부터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조사가 완료되면 할 말이 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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